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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강의_땅콩회항 박창진 사무장

momoDam 2017. 10. 24. 23:21

박창진 님은 준수한 외모에 큰 키, 한 마디로 비행기 내 훈훈한 승무원 그 자체였다. 서비스업 종사자답게 관리자로 오래 재직하신 분답게 미소가 잘 어울렸다.

 

그는 내 편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사건을 겪은 후 자신의 마음 속에 생긴 초조함, 긴장, 불안, 공포를 걱정할까봐 가족에게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건 개인적인 문제지만, 무엇보다 개인이 이런 집단을 상대할 때 기댈 곳이 너무 없으며, 매뉴얼도 없고...어떻게 할지 정말 막막했다고. 어렵사리 찾은 곳은 인권위였지만 (이 강의를 마련해준 곳도 인권위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과 사기업의 문제는 인권위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이후 인권위 관계자께서는 가령, 공권력과 개인 간의 문제에서는 인권위가 개입할 수 있지만, 개인과 사기업 간의 문제는 인권위의 권한 밖인 것이 현재의 제도라고 답변해주셨다.)

 

사건 후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과정, 그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개인 박창진은 아무런 힘도 없이 혼자서 조사를 받는데, 바로 옆방에서는 전문 변호인단을 대동한 조현아 부사장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몸싸움을 벌이며 검찰을 뛰쳐나왔던 일, ‘권력 관계에서 이미 나는 졌구나...’라는 무력감, 암담함, 그 당시 느꼈던 인간적 모멸감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형식적, 절차적,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기댈 데가 없구나, 이래서 약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하는구나,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박창진 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졌던 것은 지금도 진행형인 이 일의 한가운데서 그것을 이겨내고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사측의 미움을 받을 것을 알고도 대한항공으로 복귀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20년을 충성한 회사였는데 모든 것을 잃고, 관리자 직에서도 좌천당해 말단 승무원으로 복귀한 현실. 다시 관리자 직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사내영어시험에서 계속해서 기준 미달의 점수를 보복적으로 부여하여 관리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교묘하게 막는 현실, 사내 왕따,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이유 없는 공격, 사건의 본질과 다른 박창진 개인의 어떤 것을 가지고 교묘히 호도하는 거짓 정보들, 동료들의 모른 척 하는 태도...이것들을 마주하러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그 심정이 어떨까 잠시 생각했다. 물론, 조용히 뒤에서 혹은 앞에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하는 동료들도 있을 테지만 결국에는 누구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는 정말 외로운 싸움일 것이다.

 

개인의 생존의 문제(경제적 문제) 이외에, 박창진 님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개인적 이유와 사회적 이유. 먼저 사회적 이유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개인적인 이유로 정신과 상담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트라우마는 그 현장에서 고쳐야 한다. 도망가지 마라. 현실을 회피하지 마라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절대 진부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자체가 투쟁이고, 박제되지 않은 지금도 진행형인 이야기이므로


밝은 얼굴 뒤에는 아직도 공황장애와 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죽을만큼 힘들었던 고난과 칩거의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러, 목소리를 내러 나서보려고 한다고 하셨다. 박창진 님의 길을 응원하고 싶다. 


인스타 안했는데 이 분이랑 친구 맺으려고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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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펌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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