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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스럽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본문
나는 요즘 한국어를 공부한다. 1월에 시작한 개인 프로젝트인데 어느덧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답다’와 ‘-스럽다’의 차이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답다’는 –에 그런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 을 뜻하고 ‘-스럽다’는 –가 실제로는 그에 이르지 못했지만 어떠한 성질이나 특성에 가까움을 나타낸다,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답다’와 ‘-스럽다’의 차이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왜 남자답다는 말은 있는데 여자답다는 말은 잘 쓰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답다’는 –에 그런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으로, 이상적인 상(像)을 가진 명사를 –자리에 써서 그 지위나 자격을 나타내는 뜻이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자의 역할을 돌아본다. 누구나 성인으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수행해야 하는 시점이 오지만 단지 남‘성’이기 때문에 무언가 +를 요구하는 시선들, 그것도 ‘당연하게’ 요구하는 시선을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더불어, 왜 여자에게는 ‘여자답다’가 아닌, ‘여성스럽다’의 어휘가 쓰이는 걸까. 또 사전을 찾아봤다.
여성(女性): 성(性)의 측면에서 여자를 이르는 말. 특히 성년(成年)이 된 여자를 이른다.
뜻을 보고 나니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내가 당연히 가졌던 이미지들이 새삼 뜨악하게 느껴진다. 성(性)의 이미지를 배제한 ‘여자’로서의 성질이나 특성은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요즘 즐겨 보시는 60부작 중국드라마 《삼국지》 이야기를 해주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사적으로 여자는 그냥 그런 존재였지. 삼국지에서도 여자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조조의 부인, 유비의 딸, 수많은 여자들이 존재했을 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아, 초선이 나오지. 하지만 그녀조차도 남편인 여포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아름다운 여인이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적장인 동탁을 홀릴 책략의 수단으로 쓰이는.”
여자의 성질이나 특성에 대해서 정의가 내려질 리가 없다. 드라마 찍는데 배우가 없으면 인형을 놓고 찍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여자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이 질문을 나에게 하는 이유는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기 위함이다. 나는 여자, 남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나 또한 남자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시선’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없다. 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소위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내 캐릭터가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지만, 헌신적인 어머니/아내의 전형인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줄 수 있었지만 ‘여자다운 삶’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만을 주셨다.
당분간 내 머릿속 한 켠은 ‘여성이 아닌 여자로서의 성질과 특성’이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그 실마리가 이 책에서 찾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성별의 구분 같은 건 무의미했던 참혹한 전쟁 시기, 다만 사느냐 죽느냐의 본질적인 질문만을 안고 어떻게든 살아야 했던 시간들. 그곳에서 싸운 여자군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들이 결코 군인으로서 남자보다 덜 용맹하다는 말은 꿈에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분명 남자들과 다르게 전쟁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
‘여자다운 삶’의 방향에 대해 내 나름대로 답을 찾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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